"삶으로 살아내는 십자가 복음" #1 악을 처리하신 예수, 십자가의 의와 능력 (사 59:15b–21 / 52:13–53:12 / 42:1–9)

  디트리히 본회퍼는 “인간의 근원적인 죄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보다 선악을 아는 지식을 앞에 두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악의 실체를 규정하고 싶어하고, 왜 하나님이 침묵하시는지 묻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악을 ‘정의’하기보다, 악 앞에서 하나님이 무엇을 하시는지를 보여줍니다. 에덴, 홍수, 바벨탑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은 악을 방치하지 않으시고 심판하시되, 동시에 인생들을 보호하시고 언약을 이어가시는 방식으로 일하셨습니다. 요셉의 고백(창 50:20)처럼, 하나님은 악이 의도한 파괴를 선으로 뒤집으시는 분이십니다. 때로는 역사 속 불의한 현실을 한시적으로 용인하시며, 회개와 회복을 향해 백성을 이끄시기도 하십니다. 

  이 하나님의 방식은 예수님 안에서 더 분명해집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로 사셨고, 병든 자를 만지셨으며, 귀신 들린 자를 자유케 하셨습니다. 사람은 악에 접촉되면 오염되기 쉽지만, 예수님이 닿으시면 정결과 치유가 번졌습니다. 예수님은 악을 성급하게 쓸어버리기보다, 악을 드러내어 분리하시고 사람을 먼저 건지시는 방식으로 일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성급한 폭발이 아니라 참으심을 동반한 정의이며(창 15:16), 예수님 또한 가라지 비유 등으로 그 인내와 구원의 마음을 가르치셨습니다. 

  이사야서는 포로와 불의의 현실 속에서 “공의와 구원”의 하나님을 선포합니다(사 59). 여호와께서 친히 공의를 입으시고 구원을 이루며, 시온에 속량자로 오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또한 이사야의 ‘종’은 이스라엘의 소명을 드러내고(사 42), 예수님은 그 소명을 산상수훈의 길로 다시 가르치시고 몸소 순종하셨습니다. 오리만큼이 아니라 십리를 가고, 다른 뺨을 내어주며, 원수를 사랑하고, 용서하며,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시는 길—그 길을 십자가에서 끝까지 걸으셨습니다. 

  고난받는 종의 예언(사 52–53)은 십자가가 왜 구원의 길인지 선명히 보여줍니다. 고난이 미덕이어서가 아니라, 죄와 악이 만들어낸 비용을 하나님이 공의롭게 처리하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으시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의는 죄를 정면으로 다루어 많은 이를 의롭게 하셨고, 하나님의 능력은 용서와 자기희생으로 악의 순환을 끊어 악의 힘을 무력화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의 의와 능력을 경외하며, 예수님을 따라 십자가의 길을 살아내는 제자로 부름 받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