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the Gospel" #5 평화의 복음(4): 약속이 딸린 첫 계명 (엡 6:1-4)

  “네 부모를 공경하라.” 성경에서 “공경하다”는 히브리어로 카베드(כָּבֵד)인데, 본래 “무겁게 여기다”, “가치 있게 대하다”는 뜻입니다. 즉 부모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그 존재의 무게를 인정하라는 의미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레위기 19장 3절에서 하나님께서 “너희 각 사람은 부모를 경외하라” 말씀하실 때 사용된 단어가 야레(יָרֵא)라는 점입니다. 야레는 하나님을 향한 “경외”에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왜 하나님은 부모를 향해서도 이 단어를 사용하셨을까요? 그것은 부모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전달하시는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단순한 윤리나 예절의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경외하는 태도와 연결됩니다.

  부모 공경의 계명은 십계명 가운데 유일하게 약속이 함께 주어진 계명입니다. 그 약속은 “네가 잘 되고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는 것입니다. 출애굽기에는 “생명이 길리라”고 표현됩니다. 사용된 히브리어는 아라크(אָרַךְ)인데, 단순히 오래 산다는 의미를 넘어, 평안과 안정, 번영과 하나님 언약 안에 머무는 삶을 뜻합니다. 이것은 곧 샬롬(שָׁלוֹם)의 삶입니다. 샬롬은 단순한 평온이 아니라, 회복과 온전함, 관계의 화목과 충만한 생명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 속에 이러한 샬롬이 흐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가정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상처와 갈등으로 인해 이 평화를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계명이 주어진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십계명은 어린 자녀들에게 주어진 말씀이 아니라, 이미 가정을 이루고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했던 장성한 자녀들에게 주어진 말씀이었습니다. 당시, 척박한 광야와 결핍의 시대 속에서 가장 먼저 버려질 위험에 놓여 있던 존재는 노쇠한 부모들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은 “그들을 버리지 말라. 보호하라. 공경하라” 말씀하셨습니다. 부모 공경의 계명은 약자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과 보호의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이 계명이 귀에 들릴 만한 때가 되었을 때에는- 즉,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 장성한 어른이 되어야 할 자녀들은, 부모를 단지 자신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한 존재로만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께서 생명을 담아 보내신 존재로 바라보며, 끝까지 늙은 부모를 공경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 된 이들 역시 자녀들에게 하나님 경외의 본을 보이며, 믿음 안에서 다음 세대를 세워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의 가정 가운데 샬롬의 은혜를 회복시켜 주시기를 소망합니다.